어울림, 늘 가까이 있는, 그러나 느낄 수 없던 것들과의 만남. 바로 이 만남이 우리 손안에서, 우리 마음 안에서 이루어진다.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서울관구) 윤해영 바실리사 수녀의 글과 성바오로수도회 김선명 스테파노 수사의 그림을 통해서. [기도 바구니]는 연전에 평화방송에서 방송되어 수많은 신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던져 준 바 있다. 이제 우리는 글만큼이나 천진하고 해맑은 그림과 함께 [기도 바구니]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기도 바구니]는 밤 한 톨, 낙엽 하나, 텅 빈 방, 울타리, 헌 옷 등 우리가 쉽게 스쳐가거나 잊고 사는 많은 것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면, 그 안에서 충분히 깊이 있게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즉, 모든 이의 모든 곳에 존재하시는 하느님의 모습과 향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기도 바구니]의 글은 화려하지 않다. 티없는 아이들이 또박또박 적어 넣은 일기장처럼 소박하다. 그러나 글의 행간에 숨겨진 생각의 깊이는 바다만큼이나 깊고 넓다. [기도 바구니]의 그림 또한 한눈에 시선을 휘어잡을 만큼 화려하지도 이채롭지도 않다. 그러나 추억이라 부르는 우리 기억의 편린들처럼 작지만 애틋하고, 단순하지만 섬세하며, 평범하지만 풋풋한 감성을 온전히 녹여내고 있다. 특히 "고독을 잃어버린 삶"은 혼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현대인의 조급증을 꼬집고 고독한 침묵의 황금 같은 가치를 일깨운다. 또 "숙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세상에 보내시면서 내려 주신 사명은 길 잃지 말고 잘 돌아오라는 말씀이었을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다. 이렇게 [기도 바구니]는 읽는 이의 마음에 크고 작은 울림을 주는 글들로 가득 차 있다.